미국-이란 긴장 완화에 한숨 돌린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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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긴장 완화에 한숨 돌린 금융시장
  • 나일 보위 기자
  • 승인 2020.01.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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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긴장 완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나 에너지 시장의 교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란 갈등에 최근 아시아 시장이 들썩였다. (사진: 페이스북)
미국-이란 갈등에 최근 아시아 시장이 들썩였다. (사진: 페이스북)

아시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 속에 한층 밝아진 전망과 함께 2020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군부 최고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표적 공습해 제거한 뒤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위기는 이런 희망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은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시아 증시는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살 후 가파르게 하락했고 국제유가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압카이크 석유시설 피격 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이란이 솔레이마니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전면전 공포가 고조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모두 무력충돌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인한 미국인 사상자는 없었다면서 무력 대신 경제제재 카드를 꺼냈다. 이란 외무부도 솔레이마니 보복이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65달러대로 내려왔다. 

싱가포르 게인캐피털의 매트 심슨 선임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트레이더들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솔레이마니 사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지난해 9월 친이란계 예멘 반군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습한 직후에 비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당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14.8%나 폭등했다. 

7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사진: AFP)
7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사진: AFP)

심슨은 "솔레이마니 폭살 후 WTI는 4.7% 뛰었다. 지난해 9월에 비하면 억제된 반응"이라면서 "현재 상황이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강도는 훨씬 덜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란이 핵심 원유 수송로를 봉쇄해 원유 공급에 교란을 일으킬 경우 유가가 급등하고 아시아 원유 순수입국에 즉각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받는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로서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21%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 가운데 4분의 3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이란이 이런 극단적 조치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BCA리서치의 맷 거트켄 지정학 전략가는 "이란은 미국의 전면적 공격을 부를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면서 "원하는 시점에 친이란계 무장세력을 동원해 원유 생산시설, 송유관, 수송 등 공급망에 교란을 일으키는 대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셰일유 생산이 증가하고 원유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기준 원유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은 원유 공급 차질에 대비해 수백만 배럴 규모로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거트켄은 "이란이 휘발유 가격을 올려 미국 경제 전반에 해를 미치기 위해선 압카이크 공격과 같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을 4개월 동안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런 계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맞불을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확신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사진: AFP)
(사진: AFP)

일단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 위기를 넘기면서 시장의 경계심도 한풀 꺾였다. 그러나 이란이 친이란계 민병대를 동원한 대리전이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경우 중동의 긴장은 언제라도 다시 끓어오를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1월 재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중동 긴장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제프리 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긴장이 더 고조되면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 따른 플러스 효과가 사라져 세계 경제가 침체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무력 보복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출구를 찾고 금 등 귀금속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스위스 프랑, 일본 엔, 미국 달러도 오를 것이다. 신흥국 증시와 화폐는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위성 이미지 (지도: 나사)
호르무즈 해협 위성 이미지 (지도: 나사)

소피스티케이티드 인베스터닷컴의 존 커 이사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위기만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나라의 긴장 고조는 단기적으로 아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신호는 글로벌 침체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이런 신호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이전부터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이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지정학적 상황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최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암 헌트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모든 상황이 갈등 완화를 가리키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 관계가 갑자기 악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런 상황이 생길 경우엔 증시가 급락하고 WTI 원유 선물이 배럴당 75달러 넘게 뛰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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