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이란의 ‘보복 위협’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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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란의 ‘보복 위협’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 M. K. 바드라쿠마르 기자
  • 승인 2020.01.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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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에 의해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과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 (사진: AFP)
미국의 공격에 의해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과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 (사진: AFP)

지난 3일 미국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란의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살해한 이후 향후 사태 변화의 예측이 담긴 일련의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 기간 동안 이란 내에서 표출된 대중적 분노만 보면, 이란이 미국에 대해 ‘엄청난 복수’를 하겠다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약속을 행동에 옮길 것임을 의심하기 힘들다.
 
실제로 8일(현지시간)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내 미군 주둔지 두 곳을 향해 수십 발의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지는 못하더라도 이란, 시리아, 레바논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라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공격 대상은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 자산과 인력이 될 것이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지역 동맹국, 특히 이스라엘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단 한 명의 이란 당국자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개입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걸프 아랍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이란으로부터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확인을 받으려고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이자 국방장관의 친동생인 칼리드 왕세자가 급히 워싱턴을 방문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음을 이란이 알아주기를 바랐을 수 있다.
 
이보다 이틀 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싸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테헤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걸프 아랍 국가들은 이란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공격으로 인해 입을지 모를 부수적인 피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우려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라크도 상대해야 하는 미국

미국은 이란뿐만 아니라 이라크도 상대해야 한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숨진 뒤인 5일 미군 등 외국 군대가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이라크 의회의 결의안을 가결하는 걸 막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미국 내 분위기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라크 의회의 미군 철수 결의안 채택 이후 총리까지 가세하자 이슬람국가(IS) 퇴치 다국적군 사령관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준장이 이라크군에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해 향후 수일에서 수 주 동안 이라크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철군을 준비하기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겠다"고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국방부는 이런 서한이 보내졌다는 소식을 알고 당황한 기색을 나타냈다.

결국 미국의 이라크 철수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7일 "이라크를 떠난다는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면서 ”실리 장군의 편지는 현재 우리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면 부인했다. 동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역시 미군의 이라크 철수 내용을 부인했다.
 
물론 실리 장군이나 에스퍼 장관이나 밀리 합장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없이 그처럼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 국방부 지휘관들은 3일 바그다드 국제공항 공습 당시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함께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친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F) 부사령관을 죽인 이후 이라크 내에서 반미 감정이 상당히 커졌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미군 병력을 이라크에 계속 주둔시키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시점에서의 철수는 정치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평가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의 여러 기지에 흩어져 있는 5,000명 이상의 미군 병력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소모전’, 즉 제한적인 전투를 벌인다면 속절없이 당할 수 있다. 1983년 일어난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탄테러 공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해 10월 23일 밤, 베이루트 해병대 막사를 겨냥한 공격으로 241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에서 미군의 철군을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 핵협정 사실상 탈퇴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 이란이 2015년 국제사회와 맺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중하게 계산된 결정이다. 이란이 JCPOA를 폐기하지는 않았더라도 그것을 비효율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에 따르면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계속 허용할 것이며, 자국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JCPOA에 다시 가입할 용의가 있다.
 
단언컨대, 이것은 이란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도 어쨌든 JCPOA에 작별 인사를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이란은 곧바로 우라늄을 JCPOA 성사 전인 20%까지 농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물론 이란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자리프 장관의 말대로 IAEA가 계속해서 사찰을 할 수 있게 허용할 수도 있다.
 
이란이 핵 정책에 대해 이런 식의 신중한 접근법을 택한 것은 미국과의 고조되는 긴장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 기간 동안 이러한 발표를 한 것은 상징적·전술적으로 모두 매우 중요하다.
 
분명 이란은 외교적 협상 창구를 조금이나마 열어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감지하고 3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외무장관들과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도록 자리프 장관을 초대했다. 다만 이란이 미군 주둔지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이상 이런 협상 창구가 더 크게 열릴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긴장을 촉발시킨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과 미국 주류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앞으로 몇 달 내에 이란과의 대립이 심화된다면 그의 재선 도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일단 전쟁 위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던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한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가 대이란 경제제재 방침을 공언했고, 이란 역시 추가 공격 엄포를 멈추지 않고 있어 언제든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개연성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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