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아시아 개입 정책, 종말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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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아시아 개입 정책, 종말 향하나
  • 비제이 프라사드 역사학자
  • 승인 2020.01.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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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표적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이란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진: AFP)
미국 표적 공습에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이란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사진: AFP)

이란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표적 공습에 사망한 뒤 '전략적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에 응징을 예고하면서 서아시아에서 미국의 개입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솔레이마니 제거에 이라크인들이 "거리에서 축하의 춤을 추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트윗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솔레이마니 장례식 사진을 올리면서 "서아시아에서 미국의 악의적인 주둔이 끝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방과 외교 양축이 솔레이마니 암살의 후폭풍을 겪을 나라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임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왜 이란을 두려워하는가

세계 최강 미국은 왜 이란을 두려워할까? 이란은 어떻게 미국의 국익을 위협할 수 있을까? 

이란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을 이해하려면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기하는 이데올로기적 위협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양국 모두 왕정국가였고 친미 동맹국이었다. 이슬람 분파인 시아파와 수니파의 역사적 적대감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변곡점은 이란혁명이었다.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란은 신정체제로 탈바꿈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이슬람교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란은 민주주의 형식의 이슬람 국가를 세웠고, 이슬람 공화주의 바람은 파키스탄에서 모로코까지 이슬람 국가들을 휩쓸었다. 

이슬람 공화주의에 대한 공포는 사우디 왕실과 미국 기득권층에 불안을 주입했다. 이윽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서아시아에서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카터 독트린이다. 미국이 서아시아 국민이 아닌 사우디 왕실을 보호하겠다는 얘기였다. 사우디 왕실의 주요 위협은 이란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군사전과 정보전의 상대로 이란을 겨냥했다. 

사우디와 서방은 1980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에 이란에 이라크군을 투입하도록 부추겼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후 1988년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후세인과 이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이란을 국경 안에 꽁꽁 묶여뒀다. 

미국의 전쟁과 이란의 승리

이란 주변을 둘러싼 벽을 무너뜨린 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가 벌인 두 번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자는 이란이었다.

첫 번째 전쟁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이다.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면서 친이란 세력이 반사 이익을 봤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후기 탈레반 정부에 합류했다. 두 번째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 후세인 정부와 그의 바트당을 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라크에서 권력을 잡은 건 친이란계 다와당이었다. 이란이 서아시아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한 건 미국 부시 정부였다. 

미국, 사우디, 이스라엘은 다양한 루트로 이란을 견제했다. 2003년 시리아에 제재를 가하고 2006년 레바논 헤즈볼라와 전쟁을 치렀다. 효과는 없었다. 2006년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겨냥해 유엔 차원의 제재를 가했으나 이 역시 효과는 없었다. 제재는 2015년 이란 핵협상을 맺으면서 풀렸다. 

이란을 위협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 셈이다. 

트럼프의 모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맺은 이란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그다음 미국이 이란과 더 나은 거래를 맺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란은 콧방귀를 뀌었다. 

트럼프는 이란을 상대로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 이란 국민들에 고통이 돌아갔지만 중국의 지원 속에 이란 경제는 계속 굴러가고 있다. 

트럼프의 대 이란 정책은 '최대 압박'으로 요약된다. 솔레이마니와 이라크 내 친이란계 시아파 무장조직 하시드알사비 지도자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에 대한 표적 공습으로 이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란과 새로운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이란 정책은 단순하고, 또 위험하다. 그것은 카터 독트린(Carter Doctrine), 그리고 미국 기득권의 정책적 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란은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란은 '전략적 인내'를 버리고 '가혹한 보복'을 벼르고 있다. 

미국이 핵협상을 파기하고자 한다면 이란은 우라늄 처리를 시작할 것이다. 서방이 이란의 운송을 위협하면 이란은 서방의 운송을 위협할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이익을 공격하면 이란은 미국의 이익을 공격할 것이다. 

미국은 외교관 여권으로 베이루트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한 이란 핵심 군부 실세를 암살했다. 이란이 적절한 대응을 할까? 

미국의 최대 압력 정책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이란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각에선 솔레이마니 암살을 1914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왕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과 비견할 만하다고 한다. 그의 암살은 1차 세계 대전의 발화점이 됐다. 오싹하다. 

이란 최고 당국자들은 역내 미국의 영향력이 점점 더 악화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우세한 군사력을 이용해 계속 공격하고, 이란을 견제하는 군사 기지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그 힘은 이라크를 제압할 수 없었고 시리아 정부를 전복할 수 없었으며 리비아에 안정을 가져오지 못했다. 사우디 왕정이 미국의 세계관을 지지하며 아첨하지만 서아시아 거리에선 미국을 멸시하는 게 현실이다. 

*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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