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베트남 경제의 하방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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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베트남 경제의 하방 위험
  • 데이빗 허트 기자
  • 승인 2020.01.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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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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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공산당은 올해 대외적으로 정치 활동이 두드러지는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공산당원과 파벌들은 2021년 초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올해 우위를 선점하려는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 전당대회는 핵심 지도부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또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순환 의장국을 맡게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앞으로 2년 동안 비상임 이사국으로도 활동한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글로벌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올해 정치에 치중하느라 경제적인 측면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베트남은 2019년 미중 무역전쟁의 흔히 않은 수혜자로 꼽힌다.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해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면서다. 

베트남의 2019년 공식 성장률은 7%다. 신규 투자가 급증한 덕이 컸다. 올해에는 6.6~6.8% 성장률이 전망된다. 올해에는 또 유럽연합(EU)과 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가 더 늘고 유럽 국가들과 무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AFP)
(사진: AFP)

그러나 공산당 정부가 올해 장기적인 경제 문제들을 간과할 경우 베트남은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성장 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성장이 멈추는 현상을 말한다. 

베트남에서 노년층 대비 청년층 비율의 가파른 하락은 이런 위험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베트남과 외국인 투자를 두고 경쟁하는 태국이나 중국보다 인구학적 변화가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세계은행이 낸 '베트남 2035'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소득 성장률이 최소 연간 6% 이상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1만80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그보다 더 현실적인 전망으로 2035년 1인당 소득을 1만5000달러로 제시했다. 연간 5% 수준의 성장률을 가정했을 때다. 

만약 베트남 정부의 야심찬 목표처럼 연간 7% 성장을 계속할 경우 2035년 1인당 소득은 2만2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 2002년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현재 베트남 정책 입안자들이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국유기업 매각과 같은 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국유기업 민영화(주식회사화)는 경제 구조 개혁에서 중요하지만 최근 수년째 둔화하는 추세다. 미리 예정돼 있던 일부 국유기업의 상장 계획도 철회됐다. 

여기엔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 이를테면 정부는 민영화를 계획하는 국유기업 몸값을 과도하게 책정했다. 자칫 가격을 낮게 책정해 정부에 손실을 내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고위직 반부패 캠페인 속에 전직 국유기업 간부들이 뇌물 혐의를 받거나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이런 공포는 더 심해졌다. 

베트남 총리실은 민영화 계획이 제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에 2020년 말까지 민영화 예정 국유기업 수를 406곳에서 93곳 더 추가했다. 여기에는 베트남 우정통신공사(VNPT)와 모비폰, 국영화학그룹(Vinachem) 지분 35% 이상, 베트남 전력발전회사 EVN Genco과 EVN Genco2 지분 50% 이상이 포함된다. 

그러나 베트남 국영석유사 PVEP, 베트남 국영담배공사(Vinataba), 호아락하이테크파크(HHTP), 베트남조선산업총공사(SBIC), EVN Genco 3 등은 각기 다른 이유로 민영화 계획을 보류한 상황이다. 

현재 베트남 국내 은행 대출은 여전히 민간 기업이 아닌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국유기업에 편중돼 있다. 지난달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는 베트남이 첨단기술 제조업으로 전진하기 위해선 민간 중소기업의 신용 여건이 개선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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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싱가포르 기술 펀드 테마섹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디지털 경제는 2025년 430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120억 달러였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관련 기술 분야에 더 많은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국인 기술 기업에 반정부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고 베트남 안에 이용자 데이터를 보관하도록 요구하는 논란의 새 규정은 외국인 투자를 저해할 공산이 크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초 ICT 산업 개발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인데 유망한 스타트업과 여타 기술 기반 기업에 국내 대출을 확대할 방법이 담긴 정책이 소개될지는 미지수다. 

그 밖에도 세금 납부와 징수를 단순화하는 새 조세법이 6월에 발효할 예정이지만 시행 방식을 둘러싼 의문이 남아있다. 더 많은 노동권을 허용하는 노동법 개정안이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확실치 않다. 정부가 노동자와 사업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올해 확인될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호소할 경제 개혁과 변화는 현지 노동자들에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국유기업 민영화는 국유기업이 제공하는 뇌물로 배를 불린 공산당 내부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올해 베트남 경제는 기회와 도전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전당대회도 준비해야 하는 한 해지만 공산당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 과제 해결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는 유혹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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