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묘지... 중국 공유 경제의 그림자
상태바
자전거 묘지... 중국 공유 경제의 그림자
  • 고든 와츠 기자
  • 승인 2019.12.13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자전거 묘지에 쌓여 있는 자전거들 (사진: AFP)
중국 자전거 묘지에 쌓여 있는 자전거들 (사진: AFP)

중국에 자전거 공유 열풍이 불어닥친 건 2017년. 베이징, 상하이, 선전, 톈진까지 주요 도시들은 자전거 공유 사업에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2017년 말 베이징에만 공유 자전거가 약 250만 대에 달할 정도였다. 

모바이크, 오포, 블루고고를 필두로 수많은 자전거 공유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페달을 힘껏 밟았다. 중국 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가을 약 70개의 자전거 공유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이 보유한 자전거는 1600만 대에 달했다. 

그러나 도시 외곽 곳곳에 폐자전거들이 쌓이며 생겨난 자전거 묘지들은 지난 2년 동안 중국 자전거 공유사업의 호황과 붕괴의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 공유 열풍이 남긴 씁쓸한 유산인 셈이다.  

상하이 소재 퉁지대학 주다지앙 환경화학공학 교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엔 많은 회사들이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과도한 공급과 자전거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회사들이 잇따라 파산을 선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3V바이크 창립자 우셩화 창업자는 로이터통신에 "자전거 공유는 바보 같은 사업이다. 그러나 중국에서가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 모두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자전거 공유사업을 주도한 건 모바이크였다. 약 700만 대 자전거를 보유한 모바이크는 전 세계 1억 명을 상대로 전 세계 17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후웨이웨이 모바이크 공동창업자는 당시 유엔 행사에서 "우리는 환경보호를 라이프스타일과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모바이크는 지난해 중국 배달업체 메이투안에 27억 달러에 인수된 뒤 국내외 시장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 후웨이웨이는 모바이크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블루고고는 가장 먼저 파산을 선언한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쉬에유 애널리스트는 "블루고고의 실패는 공유자전거의 버블 붕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17년 당시 13개국에서 1000만 대 자전거를 운영하면서 몸값이 2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던 오포조차 사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받았던 오포다. 

2년이 지난 현재 오포는 여전히 버블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현금 보증금을 환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영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월 오포는 중국 스타트업의 성지로 통하는 베이징 중관층에서도 철수했다. 한때 6000명이 넘던 직원은 이제 수백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이웨이 오포 창업자의 거듭된 부인에도 파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 1년 넘게 이어가는 무역전쟁 여파로 성장률 6%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성장 둔화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들도 투자와 생산에 소극적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현재 외부 환경은 훨씬 복잡하고 엄중하다. 국내 경제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기업 운영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자전거 묘지에서 녹슬어가는 유물들은 이런 어려움의 근거인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