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과연 무역전쟁 승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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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과연 무역전쟁 승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 데이비드 허트 기자
  • 승인 2019.12.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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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 관계자들은 중국산 제품들이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미지: 페이스북)
미 무역 관계자들은 중국산 제품들이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미지: 페이스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승자로 여겨지는 베트남은 현재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 자국 영토를 거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통상 당국자들이 베트남의 이런 노력이 진정 효과적이라고 확신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몇 달 안에 베트남의 무역전쟁 승리가 패배로 뒤바뀔지를 결정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최근 자국을 거쳐갈 위험이 가장 높은 25개 중국산 제품 목록을 작성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7월 베트남산 철강 수입품에 대해 400%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커지고 있는 미국의 보복 조치를 피하려고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중국 업체들의 우회 수출을 둘러싼 미국의 우려를 낮추기 위해 12월 말부터 일부 합판 제품의 대미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국과 대만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베트남으로 수입된 후 약간의 공정과정을 거친 뒤 재포장되어 베트남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이유다.
 
미국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15일에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베트남을 거친 대미 수출은 많은 중국 업체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그 이유는, 미국에 수출되는 대부분의 베트남산 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의 화를 돋우지 않으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가 계속해서 높아지자 미국은 베트남을 공격 사정권 안에 넣어놓고 있다. 올해 1~9월 기준으로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29% 늘어난 410억 달러(약 49조 원)을 기록했다.    

2019년 2월 27일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고 호찌민 베트남 대통령의 흉상 옆에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2019년 2월 27일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고 호찌민 베트남 대통령의 흉상 옆에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미국 재무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문제 삼아 올해 5월 베트남을 환율조작 감시대상국 명단에 추가했다. 이어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설명은 배제한 채 베트남을 "사실상 모두의 최악의 학대자"라고 지칭하며 비난했다.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의 혜택을 받은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이다. 이렇게 된 데는 중국과 다른 국가 제조업체들이 임금이 낮고 대규모 국제 운송에 적합한 무역 인프라가 갖춰진 베트남으로 이전한 영향이 컸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려고 하더라도 그곳을 거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의해 앞으로도  무역흑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11월 초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차단 노력을 강화한 것 같다. 관측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베트남의 조사관들은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감소한 반면에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난 제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베트남이 일부 합판 제품의 대미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분명 그러한 조사의 결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올 1분기 베트남의 중국산 합판 제품 수입이 37% 증가하고, 베트남의 대미 합판 제품 수출이 95%나 늘어난 데 따른 조치라고 베트남 언론은 전했다.
 
미국은 중국산 합판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중국 제조업체들 사이에선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되는 합판 제품에 대해서도 25% 정도의 세금을 물린다면 베트남 관련 업계는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베트남 합판 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약 1억 9,000만 달러(약 2,300억 원)였다.
 
또 11월에는 베트남 세관원들이 베트남으로 수입된 후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위장된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 약 43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어치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많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그랬듯이 베트남산 제품에도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1%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베트남이 자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을 모두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지난달 베트남 세관 당국이 모든 수출입 신고서 양식 중 5%밖에 검증할 수 없어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쉽게 둔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시내의 한 옷 가게 (사진: AFP)
하노이 시내의 한 옷 가게 (사진: AFP)

미국 관리들은 베트남이 직면한 이런 문제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대해 변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압박에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 목적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11월 초 로스 상무장관이 하노이로 대표단을 이끌고 갔을 때 분명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당시 베트남의 대미 무역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협정들이 체결됐다. 베트남 재무부는 이어 12월 초 미국산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무역 문제와 관련해 베트남을 지나치게 몰아붙일 경우 싹트고 있는 양국 간 전략적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군 관계자들이 베트남 항구 다낭에서 미군함 커티스 윌버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베트남 군 관계자들이 베트남 항구 다낭에서 미군함 커티스 윌버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중국을 견재하기 위한 베트남과의 안보 협력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부상했다.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로스 장관 방문 직후인 11월 중순 베트남을 처음으로 방문해 미국의 하노이와의 안보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이 내년에 베트남 해군에 해밀턴급 대형 경비함을 인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경비함은 베트남의 남중국해 정찰 능력을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양국이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선 베트남은 중국의 우회 수출을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수입을 늘리겠다는 걸 더 확실히 보여줘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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