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홍콩에 위기 맞은 한 커플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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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홍콩에 위기 맞은 한 커플의 결혼식
  • 아시아타임즈코리아
  • 승인 2019.12.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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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FP)
(사진: AFP)

결혼식장 예약도 끝났고, 결혼반지도 주문 제작됐다, 드레스도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홍콩 시위자 메이씨(가명)의 결혼식은 잠정 보류됐다. 친구들이 메이씨가 홍콩 경찰관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이어진 홍콩 시위가 홍콩 시민들을 갈라놓았다. 어떤 경우 친척, 친구, 심지어 연인들까지도 친(親)중국인지 아닌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 

메이씨도 정치적 이념이 개인사에 깊숙이 영향을 주면서 결혼마저 지장을 받게 됐다. 그녀는 원래 내년 2월 결혼할 예정이었다. 

메이씨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친구들을 잃게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민다. 경찰과 시민들의 관계가 얼마나 틀어졌는지 실감하게 됐다.“ 

홍콩 경찰은 한때 다른 아시아 경찰의 모범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친민주 시위를 폭력 진압함으로써 증오의 표적이 되었다. 

친민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후추 스프레이와 함께 수천 발의 최루탄을 발사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퍼지면서 홍콩 경찰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경찰은 실탄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충돌 중 3명이 총에 맞았다.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총에 맞은 두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경찰 측은 경찰관들이 화염병과 벽돌 등을 투척하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자제력을 갖고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가치의 차이 

메이씨는 약혼자와 8년 동안 사귀었는데, 지금까지 약혼자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친구들은 그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메이씨는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넌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네겐 여전히 선택권이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 친구는 "약혼자가 경찰이 저지른 잘못을 보고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도 되겠니?"라고 묻기도 했다.

시위에 자주 나섰지만 폭력 사태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메이씨 역시 시위대와 경찰 간 일어난 폭력 사태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래 남편은 누구도 다치게 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 

메이씨는 ”나는 그가 시위대의 머리 위로 곤봉을 내려치고 부상을 입히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 역시 비록 정치적 위기가 그와 그녀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헤어지느냐 마느냐 

사실 메이씨의 친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전부터 그녀의 결혼 계획은 틀어졌다. 메이씨가 결혼식 초대장을 찍기 위해 선택한 인쇄소가 경찰과 관련된 모든 축하 행사 참여를 보이콧하려는 결혼식 전문 매장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주들은 11월 8일 성명을 통해 "경찰이 홍콩 시민들을 임의로 체포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한 우리는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해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관 결혼식은 시위대의 표적이 되었고, 경찰은 경찰관 결혼식을 방해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 총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메이씨는 “나랑 결혼할 사람이 경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결혼식이 축복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낙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몇 주 전 약혼자에게 "당신이 경찰관을 그만두든지, 아니면 내가 당신을 떠나든지" 하자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약혼자가 직업을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식을 보류했고, 취소할지도 모르지만 메이씨는 아직 그의 곁을 떠나지는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도 우리 관계는 계속될 것 같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어 깊은 숨을 내쉬며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의 곁에 머물고 싶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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