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적 시한폭탄' 안은 일본의 선택은
상태바
'인구학적 시한폭탄' 안은 일본의 선택은
  • 윌리엄 페섹 기자
  • 승인 2019.11.29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장을 박살 내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쉬운 해답은 없다.
일본이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사진: iStock)
일본이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사진: iStock)

 

국제통화기금은(IMF)은 과거 아시아 각국에 수많은 조언을 해왔다. 자카르타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정책 당국자들이 귀가 닳도록 들은 게 IMF의 조언이다. 이제는 일본의 차례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일본에 소비세를 인상하라고 조언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소비세를 올렸다. 지난달부터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인상했다. 그 결과는 10월 소매판매의 14.4% 급감과 경기 침체 위험의 증가였다. 

인구학적 그늘 

IMF의 조언에는 이유가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가 일본 경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채권 이율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일본 납세자들의 과세 부담을 감안한다면 IMF가 제안한 15%에서 결국 20%까지의 소비세율 인상은 과도해 보일지 모른다.   

일본은 경제에 동력을 불어넣는 소비가 꺾이지 않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해법을 주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 3대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가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어서다. 다른 하나는 일본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홍콩, 심지어 중국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올해 3분기 출산율은 0.88명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다. 한국 인구 5분의 1이 거주하는 서울의 경우 출산율이 0.69명에 불과했다. 

일본이 더 적은 인구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생산과 부를 일굴 수 있는지를 확인할 인류의 실험실이 된 셈이다. 

사실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를 통해 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 소재 싱크탱크 신경제사고연구소(INET) 어데어 터너 선임 연구원은 "자동화 잠재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세상에서 인구 감소는 악재가 아니라 호재에 가깝다"면서 "농업, 산업,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능력이 확대되면서 인구 증가와 인류 복지의 향상은 점점 관계없는 얘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과 소비의 문제 

그러나 IMF의 생각은 다르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가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IMF의 생각이다.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고령화하는 노동력이 앞으로 30년에 걸쳐 매년 GDP를 1%포인트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에선 인력난이 한창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구직자 1명당 구인건수는 1.6배에 이른다. 1963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넘길 태세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숙련노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산성과 성장률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 사이 인구 감소폭이 140만 명에 달한다. 비교하자면 2010년과 2011년 사이 미국에선 23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미래는 더 암울해 보인다. 2040년까지 일본인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에서 고령층 비율이 가장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신생아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는 총 91만8397명으로 3년째 100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현재 일본 인구는 약 1억2600만 명. 2065년까지 인구가 최소 2800만 명 더 줄어 1억 명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고 유엔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일본에서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지난 1년 사이 일본 전역에서 학교 수만 곳이 문을 닫았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택 건설도 시들하다. 이번 주 무디스는 일본의 인구 변화가 지방정부의 교육 및 복지 예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사뮤엘슨은 "현재의 일본 인구변화는 경제적 심판의 날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고령 인구 증가가 이미 일본 정부 예산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퇴직연금 의료보험 등 공공 사회지출이 전체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11%에서 지난해 22%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사회 비용을 떠안을 젊은 근로자가 충분히 많다면 일본의 부채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불안한 해법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에서 수입하려는 생각이다. 지난 5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하는 약 145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정작 노동력이 필요한 곳으로 닿지 않고 있다. 일본의 악명 높은 과로 문화, 높은 생활비, 융통성 없는 노동법은 해외 인재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막대한 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소비세 인상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부작용이 따른다. 일례로 2014년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렸을 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일본 정부는 재정부양책을 꺼내들어야 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되레 부채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소비세율 인상 후에도 값비싼 대가가 따를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 그래도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데, 소비세율 인상은 내수에도 찬물을 뿌릴 공산이 크다. 

일본과 장단기적으로 비슷한 궤적을 걷는 것은 한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타격은 물론이고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해 세계 11위 한국 경제 역시 위기에 처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는 성장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하며 의료 비용을 증가시킨다. 

기록적으로 낮은 한국의 출산율을 더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획기적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보육비 지원, 현금 지급 등의 출산 장려를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출생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경제 규모나 부채 비중으로나 IMF가 각별히 주시하는 곳은 일본일 터다. 일본은 성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세수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가급적이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주체가 새로운 세대의 스타트업이면 좋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순풍이 필요한 시기에 경제적 역풍이 될 수 있는 세금 인상은 잘못된 생각이다. 

IMF는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조언으로 끔찍한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일본은 수요를 파탄 내는 세금 인상이라는 조언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나름의 해법을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