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현실을 감추는 아시아의 숨겨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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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현실을 감추는 아시아의 숨겨진 경제
  • 사이몬 루쉬닌 기자
  • 승인 2019.11.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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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노동자들의 70% 가까이가 비공식 경제 분야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노이 롱비엔 시장(Long Bien Market)에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가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2016년 4월 26일 방글라데시 북부 닐파마리(Nilphamari) 지역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얼굴을 가린 채 석탄을 나르고 있다. (사진: AFP)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남동부 에식스 산업단지의 냉동 컨테이너에서 3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아시아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가난과 저임금이 그곳 노동자들을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암울하면서도 비극적인 현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5년 동안 2,563달러(약 301만 원)로 다섯 배 증가했다. 하지만 냉동 컨테이너에서 숨진 39명 모두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 중부와 북부 빈곤 지대를 떠나온 경제 이민자들이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시골 지역은 정부 보호와 규제의 범위를 벗어나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는 이른바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추정치를 보면,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전체 고용의 47%가 비공식 고용이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취업자 중 61% 이상인 20억 명이 비공식 경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이 비율이 68.2%로 훨씬 더 높다.
 
프랑스 지속가능발전연구소의 프랑수아 루보 연구원은 11월 중순 국제통화기금(IMF) 세미나에서 "베트남 국민계정에서 비공식 경제를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통계청의 응힘 티 반과 같이 쓴 베트남의 비공식 경제에 관한 논문을 통해 “베트남에서는 비공식 부문,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말해서 비공식 경제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처럼 베트남에서도 편재하며, 특히 가난한 가정들을 포함해서 많은 가정들이 수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비공식 경제로부터 얻는다”라고 주장했다.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노이 롱비엔 시장(Long Bien Market)에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가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노이 롱비엔 시장(Long Bien Market)에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가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ILO는 네팔과 캄보디아의 비공식 고용 비율은 각각 94.3%와 93.1%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자 국가인 일본에서는 이 비율이 20%를 밑돌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비공식 고용 비율은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에서는 평균 71.4%지만 아시아 선진국에서는 21.7%이다.
 
일본 도쿄에 소재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sian Development Bank Institute)는 2018년 말 중소기업(SME)을 "아시아 전체 기업 수의 96% 이상에 이르며, 민간부문 일자리 3개 중 2개 만드는 ‘아시아 경제의 중추’“로 묘사했다.
 
그러한 중소기업들은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들과 함께 엄청난 수의 비공식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2018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아시아 최빈국이자 최소국 중 미얀마와 라오스 같은 나라에서는 비공식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의 60~80% 사이를 차지한다. 인도에서는 이런 비공식 노동자를 ‘자영업자’라고 불리는데, 인도 노동자의 76%가 자영업자에 속한다.
 
10월에 발표된 IMF 보고서는 2024년까지 인도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지르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커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인도 경제가 연평균 5%의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전체 세계 성장의 15%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최근 외국과의 경쟁을 우려하는 재계 압력에 밀려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인도가 진정 2024년까지 경제를 현대화시켜 막대한 비공식 고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있는 인도의 여성 노동자들 (사진: 트위터)
한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있는 인도의 여성 노동자들 (사진: 트위터)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엄격한 노동법 때문에 기업들이 비공식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영국 컨설팅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엄격한 법들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체들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아시아의 비공식적 경제 규모나 크기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비공식적 일이나 사업이 대부분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니퍼 리바르스키 IMF 통계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비공식적 경제 활동은 미등록이고, 납세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추정치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근 ADB와 HSBC 은행이 실시한 연구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수억 명의 사람들을 구제해줄 수 있을 만큼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향후 수십 년간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지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기 시설 투자를 늘릴 경우 수천 개의 새로운 건설 부문 일자리가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국가가 지원하는 계약을 따르는 공식적인 일자리를 상당수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발한 세계 최빈개도국(Least Developed Countries, LDC) 연례 보고서에서 "LDC의 세금 납부 능력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은 탈세, 공식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비공식 경제의 규모, 부실한 세무행정 시스템, 부패, 불법 자금 흐름, 허술한 공공 정책과 제도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미얀마 남성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AFP)
한 미얀마 남성이 돈을 세고 있다. (사진: AFP)

세계은행은 비공식 경제가 개발 부진, 엄격한 규제, 취약한 지배구조와 연관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방대한 비공식 부문의 규모와 불투명성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높은 이민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민자들의 대다수는 최근 영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한 베트남인들과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건은 성장률이 특정 지역의 번영 정도를 지나치게 과장에서 장밋빛으로 그려 보여줄 수 있다는 의견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태국에는 490만 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태국 전체 노동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처럼 태국보다 더 가난한 이웃 국가들에서 건너와 비공식 경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네팔 출신 노동자들은 작지만 부유한 국가 말레이시아로도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다. 따라서 싱가포르가 오랫동안 다른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의 정착지로 사랑을 받아온 건 당연한 결과다. 필리핀 경제가 2012년 이후 매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7%씩 성장하고 있지만, 20만 명 가까운 필리핀인들이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필리핀의 경제가 고속 성장하고 있는데도 줄어들기는커녕 커지고 있는 비공식 경제에서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해 싱가포르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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