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이 촉발한 이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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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이 촉발한 이란 시위
  • 사이러스 아메리안,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국방안보학센터 박사 과정 연구원
  • 승인 2019.11.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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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진정되고 인터넷 연결이 재개됐지만 불만의 씨앗은 남아있다.
11월 20일(현지시간) 시위 도중 숨진 경찰 두 명의 장례식이 이란 테헤란에서 치러졌다. (사진: 아나돌루)
11월 20일(현지시간) 시위 도중 숨진 경찰 두 명의 장례식이 이란 테헤란에서 치러졌다. (사진: 아나돌루)

25일 이란이 열흘째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비틀거렸다. 그동안 100명 넘는 시위대가 사망하고 인터넷 사용도 차단됐다. 

이번 시위는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15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높은 물가상승률, 족벌주의, 미국 제재에 따른 충격파 등으로 몇 년째 쌓여있던 분노가 분출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2~2013년 이란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800리알에서 3600리알로 급등했다. 리알화 가치가 달러를 상대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후 이란 핵협정 타결과 맞물려 안정되던 리알화 환율은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4월에는 달러당 1만4000리알을 찍었다. 

환율 급등은 이란의 식료품 가격에서 임대료, 소비까지 이란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었다. 지난해 테헤란 임대료는 70% 가까이 뛰었고 미국 달러로 지불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한 시민은 프랑스 푸조의 새 차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결국 포기해야 했다. 

족벌주의

서민들이 민생고에 시달리는 동안 정부 관리들과 그 일가는 점점 부자가 되어 갔다. 족벌주의가 횡횡하면서 젊고 잘 교육받은 이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란의 권력 핵심층은 바뀌지 않고 있다. 고위직 관리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농담도 있다. 이들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고위직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에도 고위직 관리들은 지위와 부를 유지했고 그 자녀와 일가친척은 승승장구했다. 우리나라 '금수저'와 비슷한 '귀하신 몸(Aghazadeh)'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횡령과 부패는 이란 정치계에 만연한 특징이며, 신문을 구하거나 누가 사기나 횡령으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게 이란의 현실이다. 

종교 예산 

종교 단체와 소프트파워에 투입되는 예산과 현실적인 정책과 민생에 쓰이는 예산의 차이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 또 다른 원인이었다.  

미국 제재로 인해 경제가 파탄에 빠지는 동안에도 종교 단체와 문화 재단 등 소프트파워 단체들은 막대한 예산을 끌어모으면서도 실적 평가에선 면제됐다. 

대학생들은 음식값 상승, 낡은 기숙사, 공공 지출 부족을 견디는 동안 신학 학교에 대한 막대한 특혜는 계속됐다. 

탈세 

예산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탈세는 사정을 악화시켰다. 정부 공무원들은 매달 자동으로 세금을 납부하지만, 의사, 연예인, 사업가, 종료 단체들은 세금을 아주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이란 세무당국은 최근 이란 최고 소득자 중 절반 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만 탈세액이 15억 달러(약 1조76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 탈세액이 7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제재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부활은 이란의 국가 예산에 직격탄을 날렸다. 제재로 인해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로 이란은 원유 수출을 통한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밀수의 경우 가격이 확 낮아지고 운송비도 부담해야 한다. 

뒷문으로 원유를 판매하더라도 외국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이란으로 들여오는 게 극도로 어려워졌다. 기껏해야 해당 국가에서 물건으로 바꿔오는 정도였다. 내년에는 이란 정부가 원유에 의존하지 않는 예산을 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그 사이 이란 정부는 전격적인 휘발유 가격 인상에 나섰다. 휘발유 가격을 50% 올리고 이 가격으로는 60리터까지만 살 수 있도록 했다. 60리터를 초과한 다음엔 휘발유 가격이 3배로 높아진다. 휘발유 가격 인상의 시기와 예고 없는 실행은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이번 시위는 열흘간 이어졌다. 야권이 반정부 시위 물결을 타려고 시도했지만 이란 정부는 평화 시위를 허용하고 폭력 시위대를 체포하고 인터넷을 일시 차단하는 등의 대처로 반정부 시위 기세를 가까스로 꺾은 모양새다. 

이란 시위는 이제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뼈를 깎는 개혁과 경제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 그 이상의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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