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이면에 있는 약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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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이면에 있는 약물전쟁
  • 버틸 린트너 기자
  • 승인 2019.11.1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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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펜타닐의 미국 밀매가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 전선이 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중국산 펜타닐의 미국 밀매가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 전선이 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중국이 지난 7일 미국에 아편(오피오이드) 성분 펜타닐을 밀매한 9명을 상대로 중형을 선고했을 때 일각에서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성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로 진통제로 쓰이는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최대 50배 강한 중독성을 가진 합성 마약의 일종이다. 지난해 미국에선 3만 2000명 이상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된다.
 
미국은 이 불법 마약의 주요 공급원으로 중국을 지목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으로 등장한 양국의 갈등 전선 중 하나다. 
 
중국은 펜타닐 밀매 혐의를 부인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합성 아편의 유입을 막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펜타닐 밀매는 종종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리(Li Li)라는 이름의 중국인 판매자가 온라인 광고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펜타닐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2015년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의해 드러난 게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6일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에서 “합법적으로나 불법적으로 혹은 그 사이에서” 운영되는 화학회사가 16만~40만 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내 방대한 산업 규모와 정보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진단이다.
 
이들 업체는 펜타닐뿐 아니라 다양한 합법적 화학물질과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외딴 지역에서 무장 경비가 경계 근무를 서는 지하 세계의 헤로인이나 코카인 가공 공장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미국 마약 단속국이 압수한 불법 펜타닐 (사진: 트위터)
미국 마약 단속국이 압수한 불법 펜타닐 (사진: 트위터)

중국에서 생산된 펜타닐은 의약품으로서 혹은 화학제품 안에 숨겨서 미국으로 반입될 수 있다. 일반 우편 서비스를 통해 유통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우체국(USPS)이 중국산 펜타닐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세계 최대의 약물 운송 네트워크로 이용되는 셈이다.
 
중국의 화학 및 의약품 산업의 복잡성과 연간 1000억 달러(약 117조 원)가 넘는 막대한 이윤을 감안할 때 당국이 불법 거래를 감시하고 방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7일 중국이 펜타닐 밀매업자에 중형을 내린 결정이 미국과의 무역협정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당국이 미국 국토안보부의 2017년 정보에 받아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양국의 관계가 일정 수준 개선됐음을 방증한다는 평가지만, 중국은 펜타닐 밀매업자에 대한 판결은 미중 무역전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자국이 미국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펜타닐의 밀매 루트는 다양하다 (사진: 미국 회계감사원 스크린숏)
중국산 펜타닐의 밀매 루트는 다양하다 (사진: 미국 회계감사원 스크린숏)

펜타닐은 1960년대 처음 개발돼 1968년 미국에서 의료용으로 승인됐다. 종종 응급실 수술용 마취제나 암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펜타닐이 헤로인과 섞어 오락용으로 이용될 때다. 펜타닐은 강한 진정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각을 일으킨다. 펜타닐은 순수한 합성 물질로서 양귀비를 수확해 흰 분말로 정제해야 하는 헤로인보다 제조가 쉽다.
 
또 펜타닐은 순수 헤로인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 빈곤층이 선호하는 약품이다. 때문에 과다 복용 사고도 미국 빈곤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미국의 압력 때문인지 중국은 지난 5월 1일 펜타닐과 관련 물질을 통제 약품 목록에 올리며 엄격한 관리와 통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미국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류웨진 중국 국가마약금지위원회 부주임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당국이 압수한 펜타닐 관련 물질 537kg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된 분량은 6kg에 불과하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압수된 약물 중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류 부주임은 또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거침으로써 실제 출처를 모호하게 한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류웨진 중국 국가마약금지위원회 부주임 (사진: 페이스북)
류웨진 중국 국가마약금지위원회 부주임 (사진: 페이스북)

지난 8월 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을 향해 국내 약물 위기를 뿌리 뽑기 위한 규제를 개선하고 그 문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자국이 되려 약물 밀매의 희생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마약 당국은 펜타닐이 미국 구매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될 뿐 아니라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에서 펜타닐은 1kg당 3000달러로 마약 카르텔에 팔려나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알약으로 압축된 펜타닐 1kg은 수백만에서 수십억 달러로 암암리에 거래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마약 당국 관계자를 인용한 다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펜타닐은 암시장에서 1kg당 60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헤로인과 혼합되거나 알약 형태인 경우엔 160만 달러에 팔린다는 보고도 있다.
 
중국의 펜타닐 제조업체로선 중개를 하건 유통을 하건 무척 짭짤한 사업인 셈이다.
 
중국에 아편 밀수의 책임을 묻는 미국의 입장이 1960년대와 닮았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미국 마약 당국은 중국에서 아편이 제조되고 헤로인으로 가공되어 미국으로 밀수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을 처음 부인한 건 마셜 그린 미국 국무차관이었다. 그는 1971년 7월 홍콩 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양귀비가 수확되는 곳은 미얀마 북동부에서 태국 북부, 라오스 북서부로 연결되는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의 환심을 사려던 중이었고, 같은 달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듬해 2월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돋움했다.
 
황금의 삼각지대는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수년 안에 G와 T로 대변되는 황금의 삼각지대는 아편과 노새가 실어 나르는 아편 밀매의 무법 상태를 상징하게 됐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FP)
지난해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FP)

과거와 마찬가지로 마약 밀매의 책임을 지우는 일은 큰 판돈이 걸린 국제 외교에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과다 복용 문제를 미중 무역전쟁과 엮는 것이 그 예다. 

이달 7일 미국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과다 복용과 약물 남용 문제 해결에 커다란 열정을 갖고 있다. 그는 7대 중죄 중 하나인 이 문제를 중국과 합의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열정’의 배경엔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등 불법 약물로 최악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이 2020년 대선의 주요 경합주라는 사실이 있는지 모른다.
 
어찌 됐건 9명 펜타닐 밀매업자에 대한 중국의 중형 선고는 양국의 무역협상에서 한 단계 진전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미국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약물 남용의 재앙을 해소하기 위해선 양국 모두의 더 큰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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