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현대차그룹도 변신 위해 41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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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현대차그룹도 변신 위해 41조 투자
  • 이신형 기자
  • 승인 2019.10.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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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는 과거의 경쟁우위가 큰 의미가 없는 새로운 출발 선상에서 새로운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 로이터)
(사진: 로이터)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동화가 급격하게 추진되고 수소차 등 다른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 ICT 기술 발전으로 자율주행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공유의 개념이 확산하면서 미래에는 사람이 운전도 하지 않고 차량을 소유하지도 않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연기관이 완전히 사라질지, 아무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기도 하지만 취미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음원 재생 매체인 LP가 붐을 이루듯 내연기관 차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차도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친환경과 자율주행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이 사업 역시 확산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가 제시한 비전이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이동수단의 생산과 판매를 넘어 차량공유 서비스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얘기다. 이런 변신을 선언한 것은 현대차만이 아니다. 모든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같은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의 경쟁우위가 큰 의미가 없는 새로운 출발 선상에서 새로운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변신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달 15일 열린 정부의 미래차 비전 선포식에서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UAM(Urban Air Mobilityㆍ도심 항공 모빌리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출범하는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사업에서 자동차 생산의 비중을 50%로 낮추고, 20%는 UAM과 로봇 생산, 30%는 차량공유 서비스 등으로 채워 나갈 방침이다.
 
생산의 영역에서 현대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친환경차, UAM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동수단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기존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섰다. 피터 슈라이어와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등 유수의 자동차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했고, 고성능차 개발과 현대기아차의 성능 개선을 위해 BMW에서 고성능차 M 개발을 총괄했던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다. UAM 개발을 위해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항공모빌리티서비스 담당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와 미래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염두에 두고 올해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9월에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의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인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내년부터는 스위스에 수소전기트럭 1,600대를 순차적으로 수출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박, 열차, 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동력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021년부터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차량을 출시하고, 2024년에는 시내 주행이 가능한 레벨4와 레벨5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도 지원...자동차산업 방향 논란 정리
 
정부도 미래차 개발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15일 발표한 미래차 발전 전략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한국 시장 판매 비중을 현재의 2%에서 33%로 높이고 한국산 전기차와 수소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4%에서 10%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기차 운행 가능 거리를 600km로 확대하고 충전속도는 3배 빠르게 향상하기 위해 3900억 원의 핵심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보조금도 당분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수소차의 내구성은 50만km로 확대하고 차량 가격은 4000만 원대로 내리는 한편, 수소 가격도 2030년까지 kg당 4000원으로 현재의 50%로 낮출 계획이다. 총전소는 2030년까지 660기를 구축해 도시에서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수소차 판매를 2030년까지 현재의 27배인 16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주요 도로의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달성하고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완비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화물차 군집 자율주행을 도입하고 2023년에는 자율주행 노선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재일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는 지속성 있는 미래차 산업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단발성 비전 선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구체적인 정책과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 중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지원은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혼란에 빠졌던 한국 부품업체들에도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 부품업체들의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은 편이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혼란스러워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미래차 전략 발표를 통해 자동차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못을 박았다. 다만 전기차를 2025년까지 85만대 생산하겠다고 했는데 부품업체들이 늦었다. 현대차는 오픈소싱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다른 나라 업체로부터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면 되겠지만 이러면 협력업체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공유 서비스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서 자동차 공유 업체에 투자하는 한편, 한국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월 2-3개의 차종을 빌려 타는 자동차 공유서비스도 시작했다.
 
방향은 맞지만 극복해야 할 난제 많다.
 
현대차그룹이 경쟁업체보다 뒤처져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런 변신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가 되기 위해 현대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인력 부족과 막대란 투자를 감내할 자금력, 국제적인 협력망 구축 등을 지목했다.
 
그는 “현대가 해외기업 지분 인수나 합작 투자 등을 통해 해외 협력망 구축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미국이나 독일 경쟁사에 비해 협력망이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으로 독일의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는 11만4000명인데, 한국은 3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가늠하기 어려운데 독일보다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라잉카(UAM) 개발을 위해 나사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등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있으나, 몇 사람의 능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자금력과 관련,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이런 폭넓은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은 거대 그룹이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 계열사가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변신을 뒷받침할 새로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부재와 한국의 원천 기술 부족, 선진국보다 취약한 항공산업 기반 등도 미래차와 UAM 개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반면에 한국이 ICT 산업과 자동차용 배터리 등의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모든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조수홍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모든 자동차회사가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상태고, 투자와 제휴 기술개발 등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런 로드맵을 가장 먼저 만든 GM도 2017년 11월에 이런 선언을 했다. 출발 선상을 놓고 보면 현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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