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디트로이트' 태국에 도전장 낸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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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디트로이트' 태국에 도전장 낸 베트남
  • 피터 잔센 기자
  • 승인 2019.07.3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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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자동차 제조회사인 빈패스트가 6월에 첫 양산형 자동차 모델을 공개했다.
방콕 북부 아유타야에 있는 혼다 공장 (사진: AFP)
방콕 북부 아유타야에 있는 혼다 공장 (사진: AFP)

베트남의 대표적 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자회사인 자동차 제조회사 빈패스트(Vinfast)가 지난달 첫 양산형 자동차 모델인 파딜(Fadil)을 공개했다. 해치백이며, 가격은 1만 6,900달러(약 2,000만 원)이고,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차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빈패스트는 2020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해서 12종의 자동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베트남 북부 도시 하이퐁(Haiphong)의 335헥타르 규모의 생산시설에 1단계로 35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를 투자해 연간 2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까지 생산 대수를 5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레 티 투 튀(Le Thi Thu Thuy) 빈패스트 회장은 최근 방콕에서 한 연설에서 “이것은 중공업 분야로의 첫 진출”이라면서 “우리는 일단 국내 시장부터 공략한 후, 베트남을 자동차 제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에게 던지는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태국의 효자 수출 상품이다. 
  
실제로 베트남이 단기간 내 자체 차량 브랜드의 생산에 성공하자 태국 정부당국 사이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불과 2년 전인 2017년 9월에 처음으로 자동차 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빈패스트 공장 근로자들이 조립라인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AFP)
빈패스트 공장 근로자들이 조립라인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AFP)

올해 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베트남은 6.7%가 예상된다. 태국의 1인당 GDP는 7,200달러(약 850만 원)고, 베트남은 2,600달러(약 307만 원)다. 하지만 베트남의 주요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 거주자들의 1인당 GDP는 6,000달러(약 710만 원)로 태국의 1인당 GDP와 큰 차이가 없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3,000달러(약 354만 원)를 넘으면 신흥시장에 소비 ‘호황’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에는 9,800만 명의 잠재 소비자가 있다. 이는 태국의 6,900만 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게다가 태국의 소비자들은 고령화를 겪고 있고, 이미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레 티 투 튀 회장은 “베트남은 자동차 소비의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베트남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약 20대 정도로 자동차 보유율이 매우 낮으나 태국의 자동차 보유율은 이보다 10배는 더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 시간 문제로 전망했다. 
  
태국의 자동차 시장은 베트남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다. 특히 베트남이 태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EU와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 체결로 자국산 자동차를 포함해 낮은 관세 혜택을 보게 됐다. 
  
지난해 베트남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ATPP)도 체결했다. CPATPP 체결 덕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수출되는 베트남 수출품은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방콕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 페이스북)
방콕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 페이스북)

태국의 무역정책전략실은 최근 “태국이 베트남이 체결한 것과 같은 FTA를 어떤 것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국 자동차 납품업체들은 다수의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FTA와 낮은 인건비 혜택을 입고자 베트남으로 이전할 가능성에 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작년 태국은 384억 달러(약 45조 원) 상당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를 수출했다. 태국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 분야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크다. 
  
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단일시장으로 묶는 자유무역협정인 아세안무역협정(AFTA)과 호주와 별도의 태-호 FTA(TAFTA)를 포함해서 총 13개의 FTA를 체결해놓은 상태다. 
  
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왔다. 현재 태국은 세계 12위의 자동차 제조 국가다. 이곳에는 도요타, 혼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 외에 미국의 포드와 쉐보레가 진출해 있다. 
  
또 태국에는 동남아시아 최다인 2,500곳이 넘는 부품 납품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빈패스트가 태국을 누르고 베트남을 자동차 제조 중심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빈패스트의 모기업인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고, 창업자인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은 순자산이 67억 달러(약 8조 원)로 알려져 있다.    

 

하이퐁에 있는 새로운 조립공장에서 제작된 고급 모델에 붙어있는 빈패스트의 로고 (사진: AFP)
하이퐁에 있는 새로운 조립공장에서 제작된 고급 모델에 붙어있는 빈패스트의 로고 (사진: AFP)

빈그룹은 주로 부동산 투자로 수입을 올리지만(2017년 기준 빈그룹 전체 매출은 40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 순이익은 2억 5,400만 달러(약 3,000억 원)였다), 작년 12월에는 베트남 최초의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신설했고, 헬스케어와 소매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특히 전 세계적 차원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대표급 기업을 만들려는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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