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지중해 휴가를 망쳐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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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지중해 휴가를 망쳐놓을까
  • 아시아타임즈코리아
  • 승인 2019.05.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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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inance.com)
(사진: Binance.com)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알려진 바이낸스(Binance)가 규제를 피해 중국과 일본을 옮겨 다닌 끝에 결국 지난해 몰타로 가서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런 바이낸스의 모습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워싱턴에 소재한 금융거래 감시 자문사인 파이낸셜인테그러티네트워크의 데이브 머레이 자문관은 “규제를 피해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기업은 범죄자들 눈에 돈세탁 등의 범죄를 벌이기 좋은 곳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잡지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인기 블로그인 ‘체인 레터’(Chain Letter)의 편집자 마이크 오코트 역시 지난달 “바이낸스는 전 세계 정책당국자들과 추격전을 벌이면서 규제를 피하려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면서 “결국 꼬리가 잡힐 게 분명한 위험한 짓이다”고 꼬집었다.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몰타는 최근 조세 피난처로 유명해졌다. 그러자 도박회사들은 물론이고 보다 최근 들어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곳을 원거리 역외 거점으로 삼고 있다. 

바이낸스에선 100 종류가 넘는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일일 거래액은 10억 달러(1조1,400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2017년 7월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직원 수는 200명도 되지 않지만, 지난해 4월에 “도이체방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피아 섬나라

하지만 몰타로 들어온 건 신규 자금뿐만이 아니다. 해묵은 문제들도 같이 들어왔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의 몰타를 ‘마피아 섬나라’라고 부른다. 실제로 몰타의 부패와 조직범죄를 주제로 블로그 기사를 작성했던 카루아나 칼리치아 기자가 2017년 10월 자동차 폭파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녀는 숨진 날 올린 마지막 블로그 포스트에서 “어디를 봐도 사기꾼뿐이다”면서 “절박한 상황이다”라고 썼다. 

칼리치아 기자 살인 사건은 몰타 대내외적으로 큰 충격과 분노를 일으켰다. 

바이낸스가 몰타로 이전한 뒤 1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AML/CFT 규제가 강화됐다. AML과 CFT는 각각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을 뜻하는 Ant-Money Laundering과 Combat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의 약자이다. 

국제 세무사인 셀바 오젤리는 Asia Times에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국경간 잠재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들의 공동 규제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FATF가 만든 기준을 능가하는 AML/CFT 기준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젤리 세무사에 따르면 EU 금융범죄․탈세․조세회피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 on Financial Crimes, Tax Evasion and Tax Avoidance, TAX3)는 최근 포르투갈, 이탈리아, 몰타, 영국, 사이프러스 등이 시민권을 사주는 대가로 세제 특혜를 주는 문제와 관련한 12개월 동안의 조사를 끝마쳤다. 또한 미국 국세청도 최근 첩보와 범죄 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의 세무와 사법 당국과 힘을 합쳐 다국적 태스크포스인 ‘글로벌 조세 동맹’(Joint Chiefs of Global Tax Enforcement, J5)을 설립했다. TAX3이나 J5 모두 2018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젤리 세무사는 “이런 기구들의 설립 목적은, 암호화폐와 사이버 범죄가 조세행정에 가하는 위협을 줄이는 한편, 국제적 세금 범죄와 돈세탁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타도 이런 국제적 협력 움직임을 감지했다. 올해 3월에 몰타금융서비스국(Malta Financial Services Authority, MFSA)은 블록체인 보안업체인 미국의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의 도움을 받아 관련 규제 개편에 착수했다. 

몰타가 사이버트레이스와의 공조를 발표하고 불과 2주 만에 바이낸스는 자사의 돈세탁 감시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및 준수 회사인 미국의 아이덴터티마인드(IdentityMind)에게 자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바이낸스가 사실상 전 세계적 차원에서 영업해왔지만, 미국의 강력한 규제․감시망을 피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규제당국과 다른 국제 규제기구들이 망을 좁혀오자, 바이낸스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어쩔 수 없이 국제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J. 브라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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