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로 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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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로 가지 않는 이유
  • BHIM BHURTEL 기자
  • 승인 2020.1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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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인도는 스스로의 힘으로 전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모디 총리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질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봐왔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인도는 여기에서 전 세계 제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통합시킬 것이다. 우리는 인구와 그로 인한 내수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인도 언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약 1천 개의 미국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할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들과 달리 지금까지 인도로 진출한 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초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시작됐을 때도 마찬가지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2019년 10월까지 중국에서 빠져나온 미국 기업 56개 가운데 단 3개만 인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 중 26개 업체는 베트남을, 11개는 대만을 그리고 8개 회사는 태국을 각각 선택했다.

인도 언론들을 비롯해 일부의 예상과 기대와 달리 미국 기업들이 중국 대신 인도를 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여러 가지 비(非)경제적인 요인들을 꼽고 있다. 일단 인도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보다 훨씬 더 긴 법적 절차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회사를 등록하는 것은 18일 정도가 걸린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약 1주일 정도가 더 걸리는 셈이다. 중국에서도 9일이면 해결된다.

여기에다 인도에서 사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12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단계마다 많은 양의 서류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건축 허가를 위해서는 무려 34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며 약 110일이 걸린다. 건축 승인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로부터 각각 얻어야 한다. 관계 부처로부터 승인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인도에서는 제조 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이를테면 땅이나 물, 전력 등을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전력을 공급받는 데는 최소 1주에서 3주 정도가 걸린다. 공장 용지를 얻기 위해서는 더 큰 인내심이 요구된다.  

도로와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시설 역시 중국보다 열악하다. 이는 곧 물류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회사 경쟁력의 저하로 연결된다.

모디 총리가 인도의 강점 가운데 하나로 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인도의 정치와 정책의 불안정성 역시 기업들이 인도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인도에서는 정기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또 이후 정권 교체도 원만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인도의 세금 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으며 세율 자체도 중국보다 확실히 높다. 최근 인도의 법인세는 40%에서 25%로 낮아졌다. 그러나 여기에 여러 가지 추가 세금이 붙는다. 반대로 중국은 25%의 고정 법인세를 부과하지만 이런저런 혜택을 받으면 기업들은 최저 15%까지 세율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인도로 진출하지 않는 데에는 지금까지 설명한 이유들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경제적인 요인들이다.

일단 인도의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인도는 이머징 국가들 중에서는 자국 통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중국 위안화 움직임에 비하면 인도 루피화의 움직임은 훨씬 큰 편이다.

지난 2000년 1월과 올해 10월의 중국과 인도 환율을 비교해보면,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8.27위안에서 6.69위안으로 하락하는 동안 루피 환율은 1달러당 43.55루피에서 74.54루피로 뛰었다. 약 20년 동안 위안화가 19%가량 강해진 반면 인도 루피는 71%가 절하됐다.
 
환율의 심한 변동성은 사업 리스크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안정적인 환율 움직임은 이 리스크를 줄이고 회사의 투자, 매출, 순익 규모 등을 늘려준다. 특히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통화의 변동성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인도 내수의 수준 문제다. 인도의 인구는 13억 명이다. 하지만 이 중 8억 명은 최빈곤층이거나 소득이 별로 없는 사람들로 이들은 정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는 곧 인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외국 기업들은 어떤 국가에 진출할 때 단지 그 국가의 인구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큼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해외 기업들의 생산 기지이자 동시에 판매처의 역할을 한다. 중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인구는 약 8억 명에 이른다. 중국은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애플 제품을 3번째로 많이 소비한 국가다.

이제 얼마 있으면 미국의 다음 백악관 주인이 결정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든 조 바이든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라고 촉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강제로 이전시킬 수는 없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떠날지 아니면 남을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경제적인 요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BHIM BHURTEL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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