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체코는 왜 사이가 안 좋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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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체코는 왜 사이가 안 좋아졌을까
  • 데이비드 후트 기자
  • 승인 2020.09.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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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체코의 밀로스 비르트르칠 상원 의장이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을 두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국제적인 배반 행위”라고 비난했다.

가뜩이나 중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대체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체코 고위 정치인의 대만 방문은 큰 의미가 있었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은 이번 주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문에 대해 `체코와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의 여행일 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여간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왕이 외교부장은 베를린 현지에서 이번 일에 대해 논평하면서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국 정부와 중국 국민은 이번 일에 대해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그(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의 근시안적인 행동과 정치적 기회주의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설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왕이 부장의 발언 등으로 중국은 스스로 설 곳을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중국의 이번 보복 위협이 말로 끝난다면, 다른 유럽 국가들은 앞으로 대만 방문에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실제로 보복 조치에 나선다면, 이미 악화되고 있는 체코와의 관계가 더욱 나빠질 것이며 다른 유럽 정부들은 체코에 우호적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마치 중국이 유럽의 정치인들에게 “어디는 가도 되고 어디는 가면 안 된다"라는 식의 지시를 한다는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은 이번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체코는 제3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현재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이 부장은 최근 2주간의 일정으로 유럽 지역을 순방 중인데,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3월 이후 악화된 유럽과의 관계를 수습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과 유럽 간 사이가 틀어지게 된 데에는 중국의 신장성 인권유린과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억압,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유럽 국가들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을 병합한 러시아처럼 중국도 유럽 지역에 매우 위험한 `신제국(new empire)’ 같은 존재라고 묘사했다.

한편,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장관이 미국 고위 관료로는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보름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체코를 방문하기도 했다.

체코 방문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상원 연설을 통해 “현재 중국 공산당의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움직임은 냉전 시절 구 소련보다 더 큰 세계적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소련군의 침략을 받은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에서 반향을 일으키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이었다.

체코와 중국 사이의 관계는 지난 1년 사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지난 1월 사망한 비르트르칠 의장의 전임자 야로슬라프 쿠베라도 지난해 대만 방문을 계획했었는데 프라하 소재 중국 대사관은 쿠베라에게 서한을 보내 만약 계획을 강행한다면 중국은 이에 대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에는 이를 두고 체코의 기업들 특히 자동차 대기업인 스코다에 대한 무역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체코 총리는 이 경고성 발언을 문제 삼으며 중국이 프라하 주재 대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프라하 시장은 중국 베이징과의 자매도시 관계를 취소하면서 이를 타이베이와의 결연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의 시장은 체코 내 반중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는 시청에 티베트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중국의 인권 유린을 거듭 비난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중국 순회공연을 금지시키는 조치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과 체코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체코 내부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일각에서 체코를 독재국가로 이끌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밀로시 제만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집권한 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 2015년에는 체코가 중국의 “유럽으로 가는 관문(gateway to Europe)”이 되겠다고 자처하기도 했다.

이후 제만 대통령은 중국 기업가인 예전밍 중국화신에너지(CEFC) 회장을 자신의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CEFC는 체코의 유서 깊은 축구팀 슬라비아 프라하를 포함해 체코의 여러 기업들을 인수했는데 예 회장은 이후 2018년 중국에서 부정 혐의로 체포됐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가 해체된 이후, 체코에서 일어난 가장 큰 민중 시위는 지난해 11월에 발생했다.

당시 시위대는 제만 대통령의 독재적이고 부패한 통치에 항의했다. 이와 함께 반중 정서도 고개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당을 제외한 야당들 모두가 반중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체코에서 중국 기업들이 챙기는 이득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체코 상원은 비르트르칠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투표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50 대 1의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이는 체코의 상원 의원들이 외교적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를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데이비드 후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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