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코로나 성적표, `선진 vs 개도국‘ 구분 다시 생각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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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코로나 성적표, `선진 vs 개도국‘ 구분 다시 생각해봐야
  • 아시아타임즈코리아
  • 승인 2020.08.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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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중인 한국의 보건 종사자들. 한국은 중앙집권 시스템을 통해 이번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고 있다. (사진: NBC)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중인 한국의 보건 종사자들. 한국은 중앙집권 시스템을 통해 이번 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고 있다. (사진: NBC)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전염병 사태를 계기로 이제는 어떤 국가가 이 같은 대재앙에 맞서 싸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이로 인한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놓고 국가들을 분류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진(developed)국과 개발도상국(developing) 혹은 신흥국(emerging)으로 나눴던 과거의 낡은 이분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독립 국가가 된 뒤로 투박하면서도 제약을 받지 않는 자본주의가 정치적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결과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미국의 의료 업계의 현실은 이번 같은 전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전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영리만 추구하는 병원들은 이럴 때 필요한 개인 보호 장비들은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대기업들과 정치권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이는 미국 정부가 민간이 지배하고 있는 경제활동 영역(의료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강하게 개입하거나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이제는 미국 내 주류 좌파들도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지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탈선시키는 데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 관련 대기업들을 규제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반대로, 걸프만 주변의 아랍 국가들은 대규모 영리 기업들을 사실상 국가가 운영하는 싱가포르식 모델을 채택했다. 이 같은 결정은 아마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같은 국가들이 왜 이번 대유행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민간 부문 자원과 전문 지식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과 화이트칼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은 이들 국가들 역시 그들의 경제 모델을 빠르게 다시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에는 미국식 정치 경제를 프랑스나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과 비교해보자. 이들 국가에서는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이 양질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가져왔다. 미국인들과 달리 스칸디나비아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 잡‘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는, 의료가 공공재로 간주되며 이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로 인식된다.
 
이번 전염병 대유행 사태는 또한 국가들의 통치 모델들이 그 목적에 적합한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제는 국가들을 단순하게 민주주의나 독재국가들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빅토르 오르반(헝가리 총리)같은 선동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등장했다.
 
국가를 정치적으로 분류하는 또 다른 기준은 그들의 통치 모델일 수 있다. 강력한 지방 주 정부를 가진 미국의 연방주의는 이번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경쟁력 있는 모델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설계자들은 양당 체제에 따른 오작동이라는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당 체제와 짝을 이룬, 그리고 지금은 과도한 권력욕을 가진 대통령에게 맡겨진 미국의 연방주의는 이번 바이러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주요 원인이다. 반면 한국이나 베트남 같은 중앙집권 국가들의 강력한 상의하달식(top-down) 조치들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중국과 같은 일당 독재 국가의 경우, 자국민들에게 대규모 감시 체계와 엄격한 봉쇄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국가 전체가 정부에 의해 봉쇄된 베트남의 경우 아무도 그 나라를 떠나거나 그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의 조치는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했지만 이번 바이러스 사태 대응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이 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민주주의의 미덕을 헐뜯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완전한 개방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 사태 초기에는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만일 바이러스가 중국보다 개방적인 국가에서 발생했더라면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먼저 경보를 울렸을 것이다.
 
각국의 개별적인 역사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 사이의 높은 신뢰도는 한국 국민들이 정부의 방침을 비교적 잘 따르고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 동의한 이유였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미국에서 일어났던 마스크 반대 운동과 대조된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같은 개발도상국 안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인도 전체로는 확진자 수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반면 인도 남부의 케랄라 주는 성공적인 질병 관리로 국제 사회의 찬사를 얻고 있다. 비결은 현지 정부가 수십 년간 공들여 투자한 기초 보건 의료 분야였다. 때문에 케랄라 주에서는 정부 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강해졌다.
 
이번 팬데믹 사태는 전 세계 국가들의 정치 및 경제 모델에 대한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되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하고 있는 반면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신흥‘국가들은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기반으로 국가들을 다시 분류해야 할까?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이 글은 주로 중동과 남아시아 지역의 정치를 분석하는 드냐네쉬 카마트(Dnyanesh Kamat)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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