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관계...남중국해에서 중국 압박하는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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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지 않은 관계...남중국해에서 중국 압박하는 필리핀
  • 리차드 하이다리안 기자
  • 승인 2020.06.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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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 AFP)
시진핑 중국 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 AFP)

필리핀이 현재 전 세계의 주요 분쟁 지역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경제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필리핀의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현재 필리핀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와 외교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관계자들은 필리핀의 뒤처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해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주권에서 우위를 점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미진했던 에너지 탐사를 재개할 것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필리핀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는 지난해 분쟁 지역이자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리드뱅크(Reed Bank) 인근 해역에서 중국 군함이 필리핀 어선을 침몰시키면서 익사할 뻔했던 선원들에 대한 중국의 보상 촉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체가 분쟁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의 북동쪽에 위치한 리드뱅크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 및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을 두고 필리핀과 중국 모두 서로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이 같은 뚜렷하고 확고한 필리핀의 입장 변화는, 집권 초기부터 중국 친화적이었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외교 방침에 회의적이었던 국방 및 외교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필리핀의 외교는 자국과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를 맺고 있는 미국 쪽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 이달 초, 필리핀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영해를 중국이 조금씩 침범하는 데 대한 미국의 억제력을 회복시키는 차원에서 기존 방위조약의 폐지 움직임을 백지화했다.
 
물론 그럼에도 필리핀의 에너지 탐사 활동이 중국에 의해 방해를 받을 경우 미국이 도와줄지는 불투명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지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의 공동 탐사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역 자원을 `공동 소유‘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접근법이 분쟁을 관리할 수 있는 `신중하고 꾸준한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8년 필리핀 외교장관이자 현재는 국회의장인 앨런 피터 카예타노는 당시 중국을 공식 방문한 직후 양국 관계가 `황금기‘에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자원을 공유하는데 협조하기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카예타노는 당시 중국 관계자들과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법적 틀”에 근거해 해양 석유 및 가스 공동 탐사 프로젝트를 논의한 뒤 “분쟁 해역은 양국 간 우호 협력의 원천으로 바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그 해 말 필리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필리핀과의 공동 개발 협약이 최종 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 내부의 저항으로 인해 이 협약은 아직까지 사전 합의 단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뒤로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다섯 번째 중국 방문을 마치고 난 뒤, 양국은 해양 자원 공유를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양국은 공동 탐사 협의를 위한 법적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관련 정부 관계자 및 에너지 기업 인사들로 구성된 공동 위원회를 설치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11월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으나 실패했다.

필리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국가 주권 영토의 연장선으로 간주하는 필리핀 헌법과 충돌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타격을 입는 동안 중국이 분쟁 지역에서 해군 훈련을 늘리는 등 해상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원 공유 협정을 위한 중국과 필리핀 정부의 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필리핀도 이제는 이 분쟁 지역의 자원을 두고 독자적인 개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끼어들 가능성도 높다.

지난주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인 알폰소 쿠시는 “우리는 외교부와 함께 우리 영토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이 지역의 에너지 탐험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에서 리드뱅크 지역과 가장 가까운 팔라완을 포함해 지방 정부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제 6년 대통령 임기의 5년 차에 접어든 두테르테 역시 논란이 많고 위헌 소지가 있는 중국과의 자원 공유 협정을 다시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필리핀 정부는 최근 들어 중국과의 협력보다는 대립 쪽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메나르도 게바라 필리핀 법무부 장관은 얼마 전 지난해 리드뱅크 지역에서 중국 선박에 의해 침몰한 선박의 선원 22명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상을 확대할 것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 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모든 회원국들에게 지난 2002년 선언된 남중국해 행동선언을 포함해 “법치 준수와 국제기구 약속 준수”를 촉구했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일치한다. 그리고 미국 등의 이 같은 주장에 중국은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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