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베트남'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상태바
`메이드 인 베트남'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 데이비드 후트 기자
  • 승인 2020.05.25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사진:AFP)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사진:AFP)

트남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뛰어난 위기관리로 국제사회의 찬사를 얻는 등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보건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번 사태로 베트남이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베트남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이 공급망을 베트남 등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에 착수하면서 특히 베트남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이달 초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대표적 IT 업체인 애플이 자사 에어팟 이어폰 제품의 전체 30%에 해당하는 3-4백 만개를 지난 4월 중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애플이 공급망 중 일부를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공급 협력업체인 팍스콘과 페가트론 등도 베트남 내 조업을 늘리고 있다. 에어팟 조립업체인 인벤텍의 경우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바이러스가 우한의 재래시장이 아닌 바이오 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평소보다 더 심한 반중 정서를 드러내는 등 이번 코로나 사태는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국가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에 우리는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중국 측을 위협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 정부가 250억 달러 규모의 “본국 회귀 기금(reshoring fund)”를 포함해 미국 기업들이 해외 제조 시설을 본국으로 가져올 경우 입을 수 있는 대대적인 혜택과 관련해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25%의 관세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아직까지 중국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버티기 힘들어진다.

또한 보도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로 알려진 새로운 파트너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2019년 2월27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베트남 국기를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조기를 들고 있는 베트남 푹 총리의 모습. (사진: Saul Loeb/AFP)
2019년 2월27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베트남 국기를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조기를 들고 있는 베트남 푹 총리의 모습. (사진: Saul Loeb/AFP)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베트남이 이 동맹의 일원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공급망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 호주와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함께 베트남과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현재 필사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까지의 기간 중 외국인들의 베트남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로 15%나 감소했다.

이달 초,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자국 내 기업들과 공공 분야에 베트남 경제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그들의 공급망 가운데 최소 일부를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로 재배치했다.

지난해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에 투자된 380억 달러의 신규 해외 투자금 가운데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그 뒤로 홍콩, 일본, 중국 순이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 전에도 지구촌 경제는 장기화된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높아진 미국 관세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그들의 공장을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옮기도록 강요받은 탓에, 무역전쟁으로부터 혜택을 입은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와 똑같은 이유로 베트남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공급망의 탈중국화 움직임으로 인해 덕을 볼 수도 있다.

베트남의 현재 최저 임금은 지역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월 132-190달러 수준으로, 베트남보다 더 가난한 이웃 국가인 캄보디아보다도 낮다.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의 모습 (사진:AFP)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의 모습 (사진:AFP)

또한 베트남은 여러 자유무역협정들의 회원국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회원국임은 물론이고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과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강점들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중국 안에 일부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베트남 같은 중국과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국가들로 생산 시설을 다변화시키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혹은 차이나 플러스 투전략을 추구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인 베트남메이드 인 차이나를 당장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니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홍콩 APEC 무역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도드웰 소장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큰 차이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은 경제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2018년 기준으로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의 55분의 1 수준이었다. 베트남 전체 GDP보다 큰 GDP를 가진 중국 내 성()만 해도 15곳이나 됐다.

중국의 제조업 근로자 수는 8억 명에 육박한다. 반면 베트남은 55백만 명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를 넘은 반면 베트남은 겨우 0.27% 수준이었다.

사회기반시설에서도 차이가 크게 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인 상하이 컨테이너 항구는 1년에 4천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 반면 베트남 최대 항구인 호치민항의 경우 연간 615만 개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베트남은 또한 아직까지 전력 사정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당장 이번 달에도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밤에는 간판을 끄는 등 전력 사용을 줄일 것을 당부했을 정도다.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성이 하노이 내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Nhac Nguyen)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성이 하노이 내 기념품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Nhac Nguyen)

여기에다 중국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그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물품들을 수출하지 않고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베트남에서는 내수에 기대기가 쉽지 않다. 1인당 GDP 기준으로, 베트남은 아직도 리비아나 과테말라보다 순위가 낮다.

커지고 있는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도 걸림돌이다.

지난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뒤로 베트남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관계 전략을 취했다.

베트남의 푹 총리는 동남아시아 국가 수장들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갖고 가장 먼저 백악관에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에 집착했고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베트남을 두고 최악의 남용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푹 총리는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보잉의 항공기 구입을 포함해 수 십억 달러 규모의 굵직한 수입 계약에 서명하는 등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에도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통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8년의 349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470억 달러로 증가했다.

만일 미국이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시키고 이들 중 상당수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로 인해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다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때문에 만일 트럼프가 올해 11월 재선에 성공하고 공급망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시키는 한편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 의지를 유지한다면, 베트남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중국 대안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 신중한 줄타기가 필요할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