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결여된 일본, 봉쇄될 날만을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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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식 결여된 일본, 봉쇄될 날만을 기다리나
  • 스티브 맥클루어 기자
  • 승인 2020.03.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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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구로몬 시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다. (사진: AFP)
오사카 구로몬 시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다. (사진: AFP)

아침 출근 시간 도쿄 지하철 안에서부터 두려움은 시작된다. 객실 안 승객들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스마트폰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들을 읽는다. 그들은 어떤 나라에서 몇 명이 목숨을 잃었고, 어떤 나라들이 봉쇄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뉴스를 접한다. 아무도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때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사람들은 기침한 사람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기침 소리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된 공포심을 일깨워준다.
 
그렇지만 사실 아직 전반적 사회 분위기를 놓고 봤을 때는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팬데믹’, 즉 전 세계적 대유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실감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은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상점, 식당, 술집들도 마찬가지로 정상 영업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등도 다른 나라 얘기다.

제네바에서 2주 동안 부모님의 격리생활을 돕다가 일본으로 돌아온 필자의 친구는 “일본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필자의 또 다른 지인은 왜 해외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해서 그토록 공포에 질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물론 일본이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최근 봄 스모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필자는 일본 공영방송국의 해외 서비스 부문에서 TV 뉴스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편집실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23일부터 사무실 건물에 들어온 사람들은 체온 검사도 받아야 한다. 체온이 섭씨 37.5도를 넘으면 건물 출입이 제한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예방조치들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아직 옵션은 아니다.

이제서야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나서는 일본   

일본 정부당국은 코로나19가 가하는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일본 북단부에 있는 홋카이도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진정되는 듯하자 3월 19일에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월 2일부터 3월 말 봄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휴교령을 내렸고,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 지시를 따랐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주지사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도쿄를 봉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케 주지사는 시민들과 행사 회사들에 그러한 극단적 조치가 내려지지 않도록 신중한 처사를 당부했다.
 
주지사는 25일에는 도쿄 시민들에게 이번 주 주말에 ‘꼭’ 나가야 할 일이 없으면 최대한 집에서 머물러 줄 것을 촉구했다. 도쿄에서는 이날에만 전날의 17명보다 두 배가 넘는 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도쿄 축제들에는 ‘구름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벚꽃 구경의 명소인 도쿄 요요기 공원에는 최근 벚꽃을 구경하러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팀도 없다.
 
22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역에 전시된 2020도쿄올림픽 성화를 보기 위해서 5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된 올림픽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성화 봉송은 취소됐다. 아마도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안일한 생각을 뒤흔들어놓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코로나19가 일본에서 중대한 공중보건 위기로 전환되지는 않았지만, 인포데믹(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가 미디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 현상은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온갖 모순된 정보를 듣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중보건과 민간의료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주요 감염지역을 파악해서 봉쇄할 계획이다. 아직은 심각한 감염 사태가 벌어진 곳은 없다. 하지만 이 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폭발적 증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국에 비해 낮은 진단 수준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낮은 진단 수준, 일본 정부의 관료주의와 나태함, 아베 총리의 올림픽에 대한 집착 등이 맞물려 일본의 실제 감염률은 정부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본에 퍼져있는 위기 인식의 부재로 인해 일본이 머지않아 ‘감작스러운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백만 명이 전국을 여행하면서 다니는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골든 위크’(Golden Week) 연휴 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아베 총리와 고이케 주지사가 대중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을 찾아볼 수는 없다. 국가목적(國家目的)에 대한 인식 공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만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리더십의 부재 속에 나루히토 천황이라도 나서서 일본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줘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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