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전쟁에 뛰어든 사우디와 러시아,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일까?
상태바
유가 전쟁에 뛰어든 사우디와 러시아,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일까?
  • 팀 다이스 기자
  • 승인 2020.03.19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AFP)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AFP)

각각 세계 2위와 3위 산유국이자 세계 양대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주 감산 합의에 실패한 뒤 사우디가 곧바로 증산을 개시하면서 국제유가가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과 경기 부진 우려로 가뜩이나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사우디의 증산 소식은 국제유가 시장에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주저앉은 20.3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브렌트유 역시 10% 이상 급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중동, 유럽, 러시아와 미국 석유 생산업체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다.   

사우디는 일일 1,000만 배럴 이하였던 원유 생산량을 1,200만 배럴로 늘렸다. 또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높이기 위해 일일 생산량을 1,300만 배럴로 늘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은 8,060만 배럴이었다. 사우디는 이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가동할 것이다. 사우디는 또 다수의 기존 고객들에게 가격을 할인해주면서 국제유가의 하락 압력을 더했다.
 
러시아도 사우디를 따라서 증산에 나설 태세다. 지난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러시아는 일일 50만 배럴 원유를 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석유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양국이 이런 부담스러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한 러시아 근로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가즈프롬 네프트(Gazprom Neft)의 연료 탱크 옆에 서 있다. (사진: AFP)
한 러시아 근로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가즈프롬 네프트(Gazprom Neft)의 연료 탱크 옆에 서 있다. (사진: AFP)

헤지펀드인 안듀란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사장인 피에르 안듀란트는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중에 일일 최대 1,000만 배럴의 원유 수요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 위축이 원유시장 수급에 ‘퍼펙트 스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일까?

그렇다면 러시아와 사우디 중에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일까? 두 나라 중 누가 장기전에 더 유리한지는 곧바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사우디의 원유 생산 원가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사우디가 러시아보다는 더 장기전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의 경우 1배럴당 원유생산 원가가 10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우디가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배럴당 80달러 중반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 전 세계 유가가 폭락하면서 브렌트유가 2016년 1월 30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사우디는 어쩔 수 없이 긴축 정책에 뛰어들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러시아는 사우디보다 원유 생산 원가가 더 비싸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약 20달러대 중반에서 40달러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사우디에 비해서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러시아의 재정균형 유가는 사우디보다 훨씬 낮은 배럴당 50달러 정도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40달러대 초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국적 금융서비스회사인 레이몬드 제임스 앤 어소시에이츠의 석유시장 분석가인 파벨 몰카노프는 지난주 CNBC에 출연해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주에 머무는 상태로 유가 전쟁이 장기화되면 사우디 경제는 붕괴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재 상장 회사라는 점에서 주주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러시아도 지금처럼 낮은 유가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몰카노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안한 부분 개헌안 승인을 위한 국민투표가 열리는 4월 20일 이후에 러시아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개헌안에는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 권한을 강화하며, 주지사 등 지방 정부 수장들이 중심이 된 '국가평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부분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이 외교정책을 포함해서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러시아는 6~10년 동안 저유가 환경을 버틸 수 있다는 전망을 자신 있게 내놓고도 있다. 하지만 16일 ‘모스크바 타임스’는 “사우디와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에 유리할 게 없다”면서 이로 인해 올해 러시아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Salman bin Abdulaziz) 사우디 국왕( 사진: 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Salman bin Abdulaziz) 사우디 국왕( 사진: AFP)

한편 러시아와 사우디의 유가 전쟁이 미국 셰일유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부분의 셰일유 생산업체들의 원가는 생산 지역과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해도 배럴당 30달러 중반에서 40달러 중반 정도다. 즉, 지금 유가로는 원가도 건질 수 없다.
 
대부분의 중소 규모 셰일유 생산업체들은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올해 유가가 배럴당 55~65달러 부근에 머물 것이란 전제하에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저유가 환경에서 살아나기 위해서 감원 등 비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