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윳 태국 총리를 향해 돌진하는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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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윳 태국 총리를 향해 돌진하는 '퍼펙트 스톰'
  • 샤윈 W. 크리스핀 기자
  • 승인 2020.03.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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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5일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 전에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AFP)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5일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 전에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AFP)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역풍과 제2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의 해산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연립정부를 뒤흔드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위력이 크지 않은 폭풍이 다른 자연현상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현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쁘라윳 총리의 우호세력과 지지자들이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연립정부가 현재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는 위기를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다. 경제와 금융 전문가들은 태국이 아시아와 전 세계 경제에 공포와 두려움을 퍼뜨리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 홍콩을 제외하고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인해 태국 관광산업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서 최근 올해 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태국은 철도, 부동산, 물류, 서비스 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따라서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관광업계와 투자 유치와 관련해 태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 4,000만 명 중 28%가 중국 관광객이었다. 태국 관광객 중 60%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었고, 이들이 태국에서 쓴 돈은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3.3%를 담당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방콕 에라완 사당(Erawan shrine)에서 태국 전통춤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AFP)
중국 관광객들이 방콕 에라완 사당(Erawan shrine)에서 태국 전통춤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AFP)

태국 관광업계에서는 2월 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80~90% 급감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여행을 차단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 급감은 상점, 식당, 호텔, 콘도 등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큰 업소들과 중소기업들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중앙은행은 태국 은행들에게 새로운 부실채권이 급증하는 걸 막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2~3개월 동안 태국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돈이 돌지 않을 경우 그들이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국중앙은행은 여행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대출 원금에 대해 최대 1년 동안 상환유예를 승인해줬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레이팅스에 따르면 태국 은행 대출의 33%가 중소기업 대출이다.
 
단, 이러한 상환유예 조치는 올해 중반이 되면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다소 낙관적인 가정하에 취해진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되면서 기업과 관광 활동이 빠르게 평소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콕 왕궁을 찾은 여행객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 AFP)
방콕 왕궁을 찾은 여행객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 AFP)

그러나 이러한 기대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태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일어난 외국인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의 투매 움직임을 통해서 확인됐듯이 시장 참가자들이 태국 경제의 미래에 거는 기대는 높지 않을 수 있다.
 
지난주 태국 증시는 4.1% 하락했고, 장중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바트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로 벌써 6%나 내리면서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피치레이팅스는 여전히 태국 은행들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3월 3일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는 추가로 둔화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정치적 갈등 속에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행이 지연된 3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이 빠른 속도로 집행되면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10년 동안 태국이 재정 집행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기대도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태국은 평균적으로 할당된 기금의 70%만을 집행했고, 대형 자본투자 프로젝트들은 관료주의 탓에 지연되기 일쑤였다.    

3월 2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 AFP)
3월 2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 AFP)

전문가들은 분열 양상을 겪고 있는 쁘라윳 총리의 연립정부가 앞으로 경제적 부활보다는 정치적 생존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월 말 헌법재판소가 2019년 3월 치러진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3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야당 FFP를 해산하기로 한 결정은 시기적으로 더 나쁠 수 없을 때 내려진 결정이다. 헌재는 지난해 3월 총선 전후 FFP가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에게 1억 9,120만 바트(약 73억 1,900만 원)를 빌린 것은 정당법에 위배된다며 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태국 정당법 66조는 후원금을 연간 1.000만 바트로 제한하고 있다.
 
헌재의 이 판결에 최근 며칠 동안 태국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연일 반정부·친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향해 발포했던 1970년대 격동의 시기 이후 학생들이 이런 시위를 주도하는 건 처음이다.   

얼굴에 마스크를 쓴 한 시위자가 3월 1일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AFP)
얼굴에 마스크를 쓴 한 시위자가 3월 1일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AFP)

학생들의 시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각에서는 태국의 시위를 작년 홍콩에서 일어났던 친민주화 시위의 초기 단계에 비유하고도 있다.
 
정부 관리들은 당연히 학생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경제가 빠르게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들의 시위가 폭력 사태로 이어진다면 태국에는 쁘라윳 총리의 우호세력과 지지자들이 아직까지는 무시하고 있을지 모를 ‘불안의 퍼펙트 스톰’이 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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