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드러내 준 중국 ‘화장실 혁명’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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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드러내 준 중국 ‘화장실 혁명’의 문제점
  • 고든 와츠 기자
  • 승인 2020.0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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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국에서 ‘화장실 혁명’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약 6만 8,000개의 화장실이 만들어지거나 개조됐다. (사진: 배포자료)
2015년 중국에서 ‘화장실 혁명’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약 6만 8,000개의 화장실이 만들어지거나 개조됐다. (사진: 배포자료)

중국에선 5년 전부터 ‘화장실 혁명’이 시작됐다. 목적은 지금까지 2,0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을 막자는 것이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도시와 농촌 지역의 위생 상태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6만 8,000개에 이르는 화장실을 새로 만들거나 개조했다.
 
올해 말까지 2030년까지 100% ‘문명화된’ 화장실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만 4,000개의 화장실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화장실 혁명’을 시작하면서 “화장실 문제는 중요하다. 그것은 도시와 농촌 문명 건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중국 정부가 새로운 화장실 정책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경과기대학 연구원들은 “화장실 혁명을 위해선 많은 정부 부처들의 단합이 필요하다. 기술적 이행 과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용, 경제적 타당성, 유지, 그리고 점점 더 커지는 남녀 성에 대한 고려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화장실 혁명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놨지만, 북경과기대학 연구원들이 지적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대규모 도시화로 중국의 위생 시스템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전반적인 국민 보건 상태도 나빠졌다는 것이다.

영국 에섹스 대학의 쑨 저우(Xun Zhou) 교수는 학술 웹사이트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이 유례없는 규모의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수백만 명의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들은 2003년 일어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과 공기 오염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건강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19 발병으로 도시 지역 거주민들의 건강이 상당히 위협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저우 교수는 이어 “현재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중국의 의료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렸고, 비효율적이며, 비싸기만 하고 혼란스럽다. 그동안 중국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대부분 무계획적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사스 위기 이후 많은 공중 보건 부서가 질병 관리를 전담하는 지역 센터로 개편됐지만,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 프로그램은 여전히 마련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화장실 혁명의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찾기는 힘들지만, 작년까지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과 달리 중국의 도시 위생시설은 하수망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된 게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브라이트 베트남 대학의 크리스토퍼 볼딩(Christopher Balding) 교수는 닛케이 아시아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질병 발생과 관련된 광범위한 공중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투자한 게 화장실 혁명이다. 몇 년 전 시골 가정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고, 붐비는 도심 공중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이 혁명이 위생시설 수준을 높여준 건 맞다. 그러나 중국 공중 보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화장실, 식당, 병원, 육류 시장의 위생 상태가 여전히 나쁘다는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섹스 대학의 쑨 교수는 경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위생과 건강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접근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에선 정치인들이 말로만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말한다”면서 “건국 70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여전히 건국 당시 꿈꿨던 ‘질병이 없는 사회주의 정원’을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 계획을 달성하려면 멀었다. 2003년 사스 발병이 경종을 울렸다면,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는 너무 늦기 전에 GDP 성장보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긴급한 경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화장실 혁명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국에서 추가적인 전염병 발발을 막기 위한 사회적 혁명이 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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